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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국제통상인 대상 수락사
사무국
2004-12-12 00:00:00
제1회 국제통상인 대상 수락사(2004. 11. 26.)

세종대학교 총장 김 철 수


존경하는 김정수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님과 회원 여러분.

오늘 2004년도 추계 국내학술대회에서 국제통상인대상이라는 과분한 상을 받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김정수 회장님과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평소에 존경하고 그 동안 여러 면에서 도움을 받았던 많은 분들이 회원으로 계시고 우리나라에서 통상분야의 연구를 주도하고 계신 한국국제통상학회로부터 이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되어 더욱 뜻 깊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 동안 정부와 WTO에서 통상정책 입안 및 협상, 그리고 다자간 무역체제의 관리를 직접 담당해 오면서 통상정책의 일선에서 일했던 보람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이 60년대 초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통상정책의 초점은 수출진흥에 맞추어 졌습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부터 수출 촉진을 위한 각종 재정, 세제, 금융, 외환, 행정상의 직간접의 지원제도가 도입되었으며 70년대 들어서 중화학 공업육성이 본격화되면서 수출진흥정책과 수입대체정책을 병행하였습니다. 80년대부터는 우리나라가 주요 무역국으로 부상하면서 수입자유화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 대외개방을 표방하는 통상정책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조가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7년에 71번째로 GATT에 가입하였지만 가입 후에도 상당기간 국제규범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인 통상정책을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수출진흥을 위한 각종 보조지원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수입부문에 있어서는 만성적인 국제수지적자를 근거로 수입제한을 정당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통상정책은 우리나라의 수출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교역상대국의 상호주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70년대중반부터 선진 교역 상대국들은 섬유, 신발, 전자, 철강제품 등 우리나라 수출품에 대한 보호무역장벽을 강화하게 되어 이들 주종수출품목의 해외시장 확보가 국가적인 과제로 부상하였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정부의 통상협상의 실무책임자 및 수석대표로서 이러한 주종수출품목에 대한 수입규제를 완화하는데 노력한 기억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미국을 비롯한 우리의 선진교역 상대국들은 그들의 수출품에 대해 우리의 수입장벽을 완화하고 우리가 국제무역규범을 준수하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제무역규범에 보다 접근하는 무역정책을 추진하게 되고 그의 일환으로서 1983년 수입자유화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에는 관세인하 5개년계획을 수립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1985년에는 60년대와 70년대 초에 입법된 특정산업육성법들을 폐지하는 대신, 산업구조조정 및 기술개발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립적인 공업발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러한 자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세계 13위 무역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는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전방위적인 개방 압력을 받게 됩니다. 특히 미국은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확대된 1980년대 중반부터는 통상법 301조를 활용하여, 서비스 시장의 개방과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강력히 요구하였으며, 80년대후반에 와서는 이른바 Super301조를 동원하여 모든 분야에 걸쳐 시장개방압력을 가해 왔습니다. 80년대말에 있었던 한미간의 Super301조 협상에서 저는 정부의 수석대표로서 우리나라가 불공정 무역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고민했던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다자 차원에서도 압력이 가해졌습니다. 1987년 GATT 국제수지 위원회에서 우리의 교역상대국들은 1986년 한국의 경상수지가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된 것을 계기로 그 동안 우리가 수입제한의 근거로 내세웠던 국제수지적자를 이유로 한 수입제한이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농산물에 집중되어 있던 잔존 수입제한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1989년 일부 잔존수입제한품목에 대하여 수입개방 유예기간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1967년 GATT 가입 이후 줄곧 수입제한의 근거로 내세웠던 국제수지 조항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면서 완전 수입개방시대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통상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국제적 상황은 1986년에 시작된 우루과이 라운드(UR)였습니다. 우선 우리 정부는 이 협상이 보호주의의 강화 및 쌍무적인 통상압력의 증대 등 악화되고 있는 국제무역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즉 UR을 통한 다자간 무역체제의 강화는 쌍무적인 무역개방압력에 대응하는 최선의 수단이며, 보호무역의 확산을 저지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새 협상을 통해 공산품 분야의 관세인하와 그 동안 수출의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하였던 세이프 가드 및 수출자율규제 등 회색조치의 철폐, 그리고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제도의 남용 방지를 협상의 주요 의제로 삼았습니다. 그 당시 저는 개인 자격으로 우루과이라운드의 MTN협정협상그룹 의장으로 선출되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GATT 反덤핑협정의 개정을 위해 노력하였고 우리나라가 이 개정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을 지금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1995년 WTO가 설립된 후 우리나라에서는 쌍무적인 통상마찰이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통상분쟁은 WTO의 분쟁 절차를 통해 정치성을 배제한 가운데 조용히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WTO체제의 중요성은 이미 확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1990년대 말 우리가 금융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수출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만약 WTO 체제가 출범하지 않았다면 과연 미국을 비롯한 우리나라 주요 수출대상국의 보호무역조치의 발동을 방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며, 따라서 WTO체제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저는 당초 WTO 사무총장경선에 참여하여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국사람으로는 처음으로 국제경제기구의 사무차장으로 부임하여 WTO설립 초기에 다자간 무역체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다는 것을 큰 보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WTO체제가 확립됨으로서 이제 통상문제는 쌍무적인 차원보다는 다자적 지역적 차원에서 더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출범과정과 협상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DDA협상이 농산물 등의 문제로 아직까지도 여러 개의 협상 deadline을 넘기면서 미국의 대통령선거 등 주요국의 정치일정으로 최근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이 협상이 언젠가는 타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DDA협상은 UR과 같이 우리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주체별로 보면 이해득실이 엇갈리게 나타날 것입니다. 특히 DDA의 농산물의 시장개방문제는 UR때와 마찬가지로 쌀시장개방문제와 관련이 있어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농산물의 시장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국민이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과제입니다. 경제적 논리에 입각하여 실리를 따져 입장을 정리하고 협상에 이를 반영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들어 세계경제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한편으로는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동아시아에서는 최근까지 지역주의의 움직임이 매우 미미했으나, 이 지역에서 비중이 큰 한·중·일 3국이 상호간에 또는 역내, 역외의 다양한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게 됨에 따라 이제 경제통합문제는 이 지역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EU나 NAFTA등 성공한 경제통합의 경험을 보면 그 대상지역이 인접해 있고, 경제규모가 크며, 경제체제가 유사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 유사성도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입장에서는 한·중·일 3국이 참여하는 FTA의 결성이 가장 경제적 효과가 크고 세계경제에서 큰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아직은 한·중·일 3국간 FTA결성에 대해 관계국의 의사가 불투명하고 관계국의 이해를 조정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단계에서나 지리적으로나 중·일 간에 위치해 있고 3국간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는데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정부·학계·기업 차원에서 꾸준히 다른 두 나라를 주도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일FTA협상에서도 중국을 염두에 둔 협상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같이 우리 통상정책의 주요 과제는 DDA와 지역주의 확산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다자간 무역체제의 혜택 속에서 무역입국을 실현하였고 앞으로도 이 체제가 강화되는 것이 무역국으로서의 이해와 일치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또는 협상주제별 이해대립으로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DDA협상이 돌파구를 마련해 협상이 진전될 수 있도록 WTO체제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경제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상전략을 세우고, 대외적으로 우리입장이 관철되도록 이해를 같이하는 나라와 협력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협상타결에 대비한 국내 대책을 서둘러 확정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날로 확산되는 지역주의 강화에 대하여는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우리가 속해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 시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다자차원과 지역차원의 대책들이 순조롭게 추진될 때 통상한국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한국국제통상학회의 추계 국내학술대회 개최를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저에게 과분한 상을 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오늘 학술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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