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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칼럼소개 (허윤 교수- 트럼프의 배신, 시진핑의 위선- 디지컬타임즈, 2018-02-05 18:07)
국제통상학회
2018-02-22 00:31:04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국제통상학회장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국제통상학회장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전후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힘들게 쌓아온 사회적 자본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세계무역기구(WTO)를 흔들고 파리기후협약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탈퇴했다. 폐기도 불사하겠다며 동맹국들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맹비난하고 재협상에 나섰다. 

지난 70년간 세계를 이끈 것은 미국의 '국제주의(Globalism)'였다. 국제주의의 핵심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있다. 질서의 하부구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이고 방법론은 '다자주의(Multilateralism)'다. 다자주의는 미국과 수많은 나라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구촌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방식이다. 물론 미국 공화당은 이를 위해 물리적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적어도 가치와 규범 그리고 절차의 중요성을 다자협의체를 통해 보장하고 이행한다는 대원칙에서는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다. 국제연합의 창설과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의 설립 그리고 WTO 발족 등 굵직굵직한 다자체제의 출범은 하나같이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제주의의 확산은 소련과 동유럽을 붕괴시켰고 중국을 개방의 길로 내몰았다.

트럼프는 집권과 동시에 '다자협상에서 양자협상으로의 전환'을 전격 선언했다. 이는 다자주의 나아가 국제주의에 대한 자해이자 심각한 배신 행위이다. 법이 아닌 힘을 내세워 협박과 회유의 논리가 횡행하는 곳이 바로 '양자주의(Bilateralism)'가 아닌가. 일대일, 한 명씩 맞붙어 미국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실제 트럼프는 집권 후 세이프가드나 반덤핑 등 각종 수입제재조치를 발동, 많은 나라에 일대일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출현으로 희망을 본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전후 다자주의 체제의 최대 수혜자로 G2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 리더가 될 수는 없다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공자와 맹자 그리고 모택동을 자랑하지만 빛바랜 봉건 철학이나 한물간 마오이즘은 문화유산일 뿐 지구촌의 현재를 이끌 가치 체계가 될 수 없다. 인권을 탄압하며 소수민족과 종교인에 폭력을 서슴지 않는 나라, 주변국과는 하나같이 영토분쟁을 일으키며 협박을 일삼던 나라지만 트럼프의 외도에 마침내 '글로벌 리더의 꿈 (중국몽)'을 한껏 키우게 된 모습이다.

지난해 초 다보스에서 시진핑은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였던 트럼프를 겨냥, '중국은 세계화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수영하는 법을 배웠다'며 이제 미국이 아닌 중국이 '글로벌 자유무역의 강력한 수호자'임을 천명했다. 하지만 미 전략문제연구소 존 알트만(JonAlterman)의 지적대로 중국의 세계전략은 철저하게 양자협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타임지 2월5일자). 다자체제를 이끌 어떤 철학도 동조국도 없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위선은 한국을 상대로 한 사드 보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시진핑의 한 마디에 '한국 상품 죽이기' 광풍이 대륙 전역에 몰아쳤다. 편법과 탈법으로 무장한 중국 공무원들의 보이지 않는 주먹과 각목이 롯데와 현대차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다보스의 그 다자주의 수호자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자원 확보와 영토 확대라는 야욕을 숨기고, 인프라 건설을 미끼로 중국은 주변 개도국들을 하나씩 양자협상으로 엮어 '반자유주의(Illiberal)' 다자체제 형성을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일대일로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도 돈을 담보로 한 중국식 권위주의 네트워크의 확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확인했듯이 국제주의는 미국 없이도 살아남을 것이다. 미국의 공백을 유럽과 일본이 주도적으로 메우면서 세계는 미국의 귀환을 인내하며 기다릴 것이다.

전후 미국이 이룩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배신하고 양자주의로 돌아선 트럼프, 그리고 양자주의 권력과 돈의 늪에 빠진 채 말로만 다자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하고 나선 시진핑, 2018년 국제 사회는 이들이 펼칠 배신과 위선의 극적인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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