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학회지정보 학회자료실

학회자료실

게시글 검색
[신동아- 포커스] 트럼프에게 배우는 비즈니스 협상 전략 (안세영 성균관대 특임교수)
국제통상학회
2018-07-14 20:36:05
“부도덕한 상대? 똑같이 맞받아쳐라”

● 파이트-백? “혼자만 점잖으면 손해 봐”
● 진심? “말 아닌 몸짓에 담아라”
● 태도? “선역·악역 나눠 복합적 메시지로 상대 포획” 
● 가격 흥정? “우선 강하게 후려치고 시작하라”

 
[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시 협상의 달인이다. 뉴욕 맨해튼 바닥을 훑으면서 건설업체, 하도급업체, 은행, 큰손 고객들과 거래하며 터득한 협상의 기술을 미국 대통령이 돼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협상’이라 하면 워싱턴DC의 세련된 외교관이나 베이징, 런던, 파리의 국제 문제 전문가들이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행적을 보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과 아시아의 지도자들이 ‘트럼프식 협상 전략’에 번번이 당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워싱턴의 정치가나 외교관, 관리들이 해오던 전통적 ‘미국식 협상’과는 전혀 다른 협상 전략을 쓰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물론이고 우리가 협상에 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많다. 시중에서 잘 팔리는 허브 코헨 (Hurb Cohen) 책같이 대중에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를 보면 협상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명시적으로 아주 설득력 있는 좋은 말을 하여 상대를 감동시켜, 상대가 자발적으로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주게 하는 행위.” 

이건 대학생이나 신입사원 정도가 할 어설픈 수준의 협상이다. 실제로 회사의 간부로서, 정부의 통상 관료로서, 정치가로서 협상을 해보면 협상의 본질이 위의 정의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버드대학교의 로저 피셔(R. Fisher), 윌리엄 유리(W. Ury) 교수, 그리고 와튼스쿨의 리처드 셸 (R. Shell) 교수가 설명하는 고차원의 협상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협상의 많은 부분이 간접적이고 암시적으로 이뤄진다. 둘째, 말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비언어적 행동, 즉 과감한 보디랭귀지(body language)가 중요하다. 셋째, 상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이고 비자발적으로 협상자가 원하는 것을 내놓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트럼프는 정확히 하버드대가 말하는 고차원의 협상을 한다. 전략적 마인드를 가진 뛰어난 협상가로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대통령이 된 다음, 지금 세계 무대에서 협상 판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식 4대 협상 전략

우리 기업인이나 샐러리맨들이 배워야 할 ‘트럼프식 협상 전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파이트-백(fight-back)’ 협상 전략 

“나는 협상 테이블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오거나 잔머리 굴리는 상대는 무자비하게 후려친다. 하지만 상대의 태도가 협조적으로 변하면 잘 대해준다.” 트럼프가 자신의 저서 ‘협상의 기술(Art of Deal)’에서 강조하는 트럼프식 협상의 첫 번째 전략이다. 

미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파이트-백’ 전략의 첫 상대자는 중국의 노회한 지도자 시진핑 주석이었다. 시진핑은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대면을 했다. 그때 시진핑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미국 대선 기간 중 트럼프가 하도 중국을 후려쳤기(bashing) 때문이다. 

“미국에 막대한 무역 흑자를 내는 중국은 미국인의 일자리 도둑놈(!)” “중국은 환율을 조작해서 미국과 불공정 무역을 하기에 대통령이 되면 중국을 단단히 혼내주겠다”…. 유세 기간 중 트럼프가 내뱉은 이 같은 말을 미뤄 볼 때 플로리다 정상회담이 엄청나게 험악한 분위기로 진행될 줄 알았다. 그런데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의외의 제안을 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테니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에 동참해달라.” 

트럼프는 자기 식으로 환율조작국 지정과 중국의 대북제재 사이에 빅딜(big deal)을 제안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시진핑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우선 당장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직격탄을 피해서 좋다. 그리고 대북제재야 미국한테 “예스”한 다음,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처음에는 하는 척하다가 나중에 적당히 흐지부지하면 된다. 

그런데 시진핑이 완전히 헛짚었다. 전임 W 부시나 오바마 대통령이라면 중국이 대북제재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외교적 수사로 한두 번 항의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트럼프 이전 미국의 외교는 그렇게 늘 점잖았고 의전적이었다. 그러나 비즈니스맨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달랐다. 

“시진핑이 대북제재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나와 약속해놓고 슬며시 꼬리를 내린다”며 한두 번도 아니고 끊임없이 시진핑을 물고 늘어졌다. 자신의 트위터에서만 찻잔의 폭풍처럼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중국에 관세 보복을 했다. 

이 같은 트럼프 특유의 파이트-백 전략에 다시 걸려든 상대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해 몸값을 잔뜩 올리고 난 뒤, 시진핑 주석의 초청을 두 번이나 받고는 대미 협상 태도가 확연히 변했다. 다롄회담에서 아마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다독거리며 그간 느슨해진 중국과 북한 사이의 혈맹 관계를 재확인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귀국하는 김 위원장을 빈손으로 돌려보냈을 리가 없다. 당연히 대북 경제제재의 고삐를 풀었고, 여기에 힘을 받은 평양이 미국에 거칠게 나오기 시작했다. 펜스 미 부통령을 ‘아둔한 얼간이’라고 모욕하고, 수틀리면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협박한 것이다. 

과거에는 이 같은 상투적인 평양식 막말과 위협이 미국에 잘 먹혀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보았다. 2018년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정말 강하게 ‘파이트-백’ 해버린 것이다. 이에 깜짝 놀란 북한의 지도자가 문 대통령에게 먼저 연락하고는 허겁지겁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트럼프에게서 배우는 비즈니스 협상 전략 ①
“나만 점잖으면 손해”
 

비즈니스 협상을 하다 보면, 대부분은 점잖고 도덕적인 상대를 만난다. 하지만 가끔은 지저분한 술책(dirty tricks)을 쓰고 비도덕적인 위협, 지연 등을 일삼는 상대를 만날 수도 있다. 이럴 때 직면하는 고민은, ‘나도 비도덕적인 협상 술책을 써야 하는지’다.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한 것이 라이퍼 하버드대 교수의 ‘라이퍼 딜레마(RaifferDilemma)’다. 

- 상대가 도덕적으로 나올 때 협상자 또한 도덕적으로 행동하면 회사나 조직에 손해를 끼치진 않는다.

- 하지만 상대가 비도덕적으로 나오는데도 협상자만 도덕적으로 점잖게 협상하면 손해를 본다. 

SNS 공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