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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 시작하는데 한국은 속수무책 (중앙일보, 최병일 이화여자대힉교 교수)
국제통상학회
2018-11-05 08:42:11

https://mnews.joins.com/article/23094077?cloc=joongang#home

미·중 통상 분쟁
지난달 2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마카오~주하이(珠海)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 55㎞ 다리 개통식에 참석했다.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인들이 스스로 ‘치욕의 100년 세월’이라고 명명한 서구 열강의 중국 침탈기에 영국과 포르투갈에 각각 식민지로 전락했다가 20세기 말 중국에 반환된 지역이다. 
  

트럼프는 미·중 무역 전쟁 통해
세계 통상체제서 중국 고립 추진
중국 질주 계속되면 미 패권 위협
더 강해지기 전에 기세 꺾으려 해

미국발 중국 봉쇄령 사이렌 요란
미·중 사이 중립 지키려는 전략과
‘중국은 약속의 땅’이라는 주장은
난세의 한국 구하기엔 턱없이 부족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된 선전(深圳),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하는 카지노산업 메카가 된 마카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역동성을 뽐내는 홍콩을 연결하는 이 삼각지역을 21세기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는 혁신경제구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중국의 구상이다. 
  
21세기 초반 미국 다음의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중국의 질주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중국은 ‘치욕의 100년’ 기억에서 얼마나 멀리 왔을까. 그날 개통식에서 시진핑 주석 머릿속은 태평양 너머 미국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미국, 중국과 냉전 선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달 4일 미국 정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40년간 미국의 대중국 포용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중국이 각종 불법 행위로 미국 경제를 침탈하고 미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중국을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패권 국가로 규정했다. 그의 인식은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첫해 12월 발간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과 경쟁하는 패권 국가로 규정한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펜스는 이 연설에서 중국 학자와 유학생들이 미국 내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은 수시로 미국 언론에 보도되곤 했지만, 미국 권력 최상층부가 공식 자리에서 작심 발언했다는 것은 미·중 관계가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12쪽에 이르는 그의 연설은 미국의 대중국 냉전 선언 포고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은 내가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신냉전은 이미 예고되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은 다른 미국 대통령을 원한다”며,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지 소상하게 설명했다. 트럼프와 그 추종자들은 중국의 이런 행태가 미국의 대중 강경책이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시진핑의 다리 개통식 참석은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비견된다.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는 올해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방개혁이 아닌 자립을 역설했다. 세계 통상 체제와의 연결 고리를 더 단단하게 하는 개혁개방이 아니라, 중국이 자력갱생할 수 있는 자립을 강조한 것은 미국과의 길고 험한 싸움을 각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중 무역 전쟁 발발 초기 미·중간 갈등이 무역 문제로 국한되길 희망했던 중국은 이제 없다. 중국은 미·중 무역 전쟁의 본질이 패권 경쟁임을 더는 숨기지 않는다. 
  
  
미국의 중국 봉쇄령 
  
중국의 개혁개방은 ‘지도 없는 여정’이었다. 89년 중국 공산당이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무력 진압한 이후 중국은 위기에 처했다. 세계는 중국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고, 중국 집권 세력 내부에서는 개혁개방 회의론이 고개를 들면서 홍전(紅專, 사상과 실용성) 갈등이 격화되었다.  중국의 갈 길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덩샤오핑은 1992년 선전·주하이 등 남방 경제특구를 찾아 지속적인 개혁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담화를 발표해 공산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머뭇거리던 중국은 다시 뚜벅뚜벅 개혁개방의 길로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개혁개방의 모멘텀은 간신히 유지되었다. 그 길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무역이 거침없이 증가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다른 국가들과 같은 조건으로 시장 접근을 획득한 중국은 질주에 질주를 거듭했다. 2007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고,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등극했다. 21세기가 시작될 때 미국 경제의 10% 규모이던 중국은 이제 70% 규모로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국의 WTO 가입은 결과적으로 중국의 초고속 질주를 가능하게 한 고속도로였다. 
  
미국은 인제 와서 중국에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미국은 15년에 걸친 중국과의 WTO 가입 협상을 통해 비싼 통행료를 받아냈다. 또 과속 운전과 반칙 운전을 안 하겠다는 다짐까지 받았다. 하지만 과속과 반칙을 적발하는 경찰은 무능하고, 과태료는 터무니없이 싸며,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해도 중국은 “당신들도 예전에 반칙했는데 왜 나만 못살게 구느냐” 항변하면서 납부를 거부한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속도로에 더 많은 경찰과 순찰차를 투입하는 것으로는 중국의 난폭 주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국을 고속도로에서 끌어 내릴 수도 없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국이 설계하고 확장하는데 가장 많은 지분을 투자한 고속도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그와 생각을 같이하는 국가들에게만 진입을 허용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려고 한다. 중국을 세계 통상 체제에서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다. 
  
미·중 무역 전쟁 본질은 패권 경쟁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시진핑 주석도 물러서지 않고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폭발했다. 세간의 관측은 트럼프는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 해소와 중간선거를 목표로 하고 있고, 관세 부과로 대결하는 것은 상호 파괴적이며 인상 가능한 관세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중 무역 분쟁 수위는 계속 높아졌고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빗나간 관측은 중국과의 갈등 수위를 높이는 트럼프와 그의 집행자들의 전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미국은 중국이 더 강력해지기 전에 기세를 꺾으려고 작심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중국을 다루면 중국의 난폭 운전, 광폭 질주는 계속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미국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까 미국은 우려한다. 이점에 대해 미국 내 초당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공정해야 할 심판이 외국 선수들에게 편파적으로 불리하게 판정하고, 수시로 경기장에 들어와 자국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공을 몰아준다는 것이 외국 기업인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중국의 질주는 계속되고 미국의 패권은 위협받는다는 생각이 미·중 무역 전쟁의 바닥에 깔렸다. 
  
트럼프발 중국 고립 전략은 지난 9월 말 타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극명하게 나타난다. 협정 32조 10항은 “미국· 멕시코·캐나다 3국 중 하나가 비시장경제국(NME)과 FTA를 체결하는 경우, 다른 두 국가는 삼국간 협정을 종료하고 양자간 FTA로 대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 대상이 중국이라는 것은 중국이 잘 알고 있다. 중국은 이 조항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무역수지를 대규모로 축소하고, 불법 보조금을 금지하여 중국 방식의 기술산업정책(중국제조2025)을 폐기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숫자는 협상할 수 있지만 시스템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맞선 중국을 겨냥한 중국 봉쇄령은 이제 시작이다. 이제 국제 통상 질서는 미국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중국 편에 설 것인가 양분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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