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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도광양회, 미중 통상갈등 출구되나 (인하대 정인교 교수)
국제통상학회
2019-04-23 15:21:30
[시론] 도광양회, 美中 통상갈등 출구 되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3월 및 10월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가 지난달 중순 끝났다. 금년도 양회는 미중 통상갈등과 관련하여 상당한 시사점을 남겼다. 즉 미국과의 대결구도보다는 논쟁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국정방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치구조상 공산당이 국가적인 중요 의사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양회는 국가정책을 공식적으로 결정하는 기구다. 양회는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칭하는 것이며, 전자를 '전인대'(全人大)로, 후자를 '정협'(政協)으로 줄여 부른다. 14억 인민을 대표하는 정협으로부터 자문을 받고, 이어 의회 격인 전인대를 통해 관련 법규를 재개정함으로써 중국의 통치기반의 정당성이 확립되는 것이다.
 
법률 재개정 권한과 예산안 심의 등에 대한 의결기구인 전인대는 중앙당 출신의 국가급 대표에서 기초단체인 향진의 대표까지 각 행정구역에서 선출된 2987명의 국민대표들로 구성된다. 정협은 공산당 간부, 정당대표, 직능단체, 사회단체 등에서 선출된 2227명의 위원들이 참여해 국가적 중요사안에 대한 정책자문기구이다. 북경 인민대회당의 거대한 회의장은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지만, 2~3천명 수준의 양회 회의 참석자 규모에 맞게 설계된 것이다.

전인대와 정협이 '최대' 정치행사라면, 중국 '최고' 기구로 전국대표대회(전대, 全代)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당의 전당대회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는 초국가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임시회도 가능하지만 5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며, 10년 임기의 차기 최고 지도자(주석)를 현 주석의 임기 중간에 내정하는 등 중국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도 2007년 전대에서 내정되었고 5년간의 최고지도자 수업 후 2012년 말에 주석으로 취임했다. 2017년 10월 시진핑 주석은 제19차 전대에서 주석직 첫 5년의 실적을 평가하고 향후 국정운영의 청사진으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제안하였다. 등소평이 제시했던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현대판인 것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후 전개된 일련의 상황을 보면 과거와 다른 중국의 대외정책을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었다. 

1년 후인 2018년 전인대에서 시진핑 주석은 주석직 임기를 폐지해 장기집권이 가능하도록 했고, '중국몽'(中國夢) 실현과 '중국제조 2025' 추진을 역설했다. 봉건왕조 시대 중화민족의 영광을 오늘날 재현하자는 뜻의 중국몽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중국제조 2025를 제시했다. 2025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산업기술을 축적하고, 2045년에는 미국을 능가하는 기술국가로의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유기업의 역할을 중시하는 중국식 사회주의를 표방한 것이었다. 중국제조 2025와 중국몽 실현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집권체제가 공고해야 하므로 주석직 임기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로도 연결된다.

2016년 대선에서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해소와 일자리 탈환을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초강경 중국정책으로 선회한 것은 중국의 이러한 정치체제 변화와 중국몽과 중국제조 2025 추진과 관련이 깊다. 중국이 '세계공장'을 넘어 '기술패권' 국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지식재산권 위반을 근거로 2500억달러 수입품에 고관세를 중국에 부과하고, 투자심사제도(CFIUS)를 강화해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막으면서 미중 통상갈등이 본격화되었다.

2019년 양회에서는 중국제조 2025가 단 한 번 언급되었을 뿐 고위인사들은 미국을 자극할만한 언급을 피했고 뚜렷한 슬로건도 없었다. 또한 미국이 요구하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결정함으로써 현재 진행중인 '120일'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미중 통상갈등과 보호무역주의는 세계경제가 현재 당면한 최대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 해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양회의 분위기가 미중 통상갈등 완화에 도움이 되고, 중국도 이번 기회에 '도광양회'(韜光養晦)나 '화평굴기(和平굴起)'로 복귀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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