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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美·北 협상, 잔머리와 신뢰 사이 (성균관대 안세영 특임교수)
국제통상학회
2019-04-23 15:33:53
"'싱가포르 성공' 환상에 빠진 北
'신뢰 붕괴'에 박차고 일어선 美
그게 하노이 회담 맨손 결렬 과정

도전적인 협상태도는 좋지만
거짓말과 잔머리는 실패 지름길"

안세영 < 성균관대 특임교수·국제협상학 >
[다산 칼럼] 美·北 협상, 잔머리와 신뢰 사이

 

한반도에 38선을 그은 1945년 2월의 얄타회담에서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병약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약점을 철저히 이용했다. “스탈린의 건강이 해외여행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주장 때문에 루스벨트는 몰타섬을 거쳐 다시 비행기를 타고 크림반도로 가서 거친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몇 시간 시달린 뒤 얄타에 도착했다. 그가 두 달 후인 4월에 서거했으니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긴 여정으로 기진맥진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프기는커녕 건장한 시베리아의 곰같이 나타난 스탈린은 협상을 끌며 지칠 대로 지친 루스벨트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냈다. 이같이 공산주의자들은 상대의 약점을 철저히 파고들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북한에 지난해 6월의 싱가포르 회담은 성공적이었다. 지난달의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도 장소부터 환상적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20시간을 비행하며 시차에 시달려야 했는데, 북한 지도자는 남행열차를 타고 유유히 내려가면 됐다. 스탈린이 병약한 루스벨트를 물고 늘어졌듯이,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의회 증언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어지간한 카드를 던진다면 덥석 물 것 같았다. 평양으로선 ‘대박’을 예감했을 것이다.

이 같은 성공의 환상에 빠져 과신한 북한이 ‘영변 카드’를 던졌는데 미국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실패한 하노이 회담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가 배울 비즈니스 협상 전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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