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한국국제경제학회장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새 성장·복지 모델 못 만들면
한국 경제는 후퇴할 일만 남아
선순환 궤도 재진입 연구 총력”
“지금 미·중 패권 경쟁, 4차 산업혁명,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등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과 복지 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후퇴할 일만 남습니다. 우리 경제가 선순환 궤도로 재진입하는 데 연구 역량을 모을 것입니다.”
최근 제42대 한국국제경제학회장에 취임한 최병일(사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자유무역협정(FTA) 교수연구회 회장, 통상교섭자문회의 의원, 유엔 한국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해왔다. 1977년 창립한 한국국제경제학회는 경제학 교수들과 공·사립 연구기관, 기업, 정부의 경제학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1500여 명이 정회원으로 활동 중인 국내 경제학계 대표 학회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1년이다.
최 교수는 “학회가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한국은 개발도상국이었지만 지금은 선진국에 진입했다”며 “그동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훼손된 와중에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들어섰는데 성장·분배·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지 못해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이 이념 논쟁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분배와 복지를 고르게 추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외생적 충격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최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패권 경쟁”이라며 “과거 다자간 무역체계가 잘 돌아가던 시절과 달리 지구상 가장 큰 거인 두 명의 싸움을 중재할 주체가 없는데 이 불똥이 한국으로 튀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안보와 경제를 정교하게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에 의존했는데 이제 이 같은 프레임은 무의미하다”며 “안보와 경제를 분리할 수 없어 다차원적 방정식이 필요한 만큼 두 가지를 매끄럽게 연결한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동과 규제 모델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북유럽식 노동시장 모델과 미국 실리콘밸리식 규제란 이상적인 조합은 비현실적”이라며 “한국형 규제와 노동 모델을 제시하는 데 학계 역량을 결집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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