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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경제칼럼] 미국 ‘슈퍼 301조’ 부활 G2 갈등 韓기업 직격탄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국제통상학회
2018-07-14 20:34:28
G2(미국·중국) 간 통상마찰이 갈수록 격화되는 분위기다. 긴급수입제한조치와 고율의 관세 부과로 중국산 상품 수입을 억제해왔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는 종합무역법의 ‘슈퍼 301조’를 통상무기화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1988년 기본무역법을 종합무역법으로 개정하면서 탄생한 슈퍼 301조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 대만,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많은 국가를 백기 투항식으로 굴복시킨 바 있다. 전 세계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치를 떨게 한 악성 제도다. 

슈퍼 301조는 대통령보다는 정치적 부담이 덜한 통상장관인 USTR 대표가 보복 조치를 결정하도록 했고, 기존 상품과 서비스 외에도 상대국의 시장 폐쇄성을 문제 삼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로써 미국이 목표로 하는 국가의 전방위 시장 개방을 2년 내 추진하도록 규정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2년 시한도 장점이다. 2년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란 점을 내세워 상대국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협상 결과를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 역시 미 통상당국자를 ‘슈퍼 갑’으로 만들어준다. 기존 301조보다 몇 갑절 강력한 조치 발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슈퍼 301조로 부르게 됐다.

도입 이후 존폐를 거듭해온 슈퍼 301조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시켰다. 슈퍼 301조에 의거해 지식재산권 위반(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상표권 도용)과 자동차, 통신, 육류 시장 개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을 우선협상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미국 기업의 불만을 단숨에 해소시켜줬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 통상당국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상대국을 압박할 때 슈퍼 301조가 위력을 발휘했다. 로버트 라이타이저 USTR 대표가 바로 1980년대 슈퍼 301조 협상 수석대표였다. 

미국이 중국 수출 견제에 슈퍼 301조를 적용한 배경에는 무리한 관세 부과의 부작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내 최종재 생산업체들이 생산 단가 인상과 중간재 수급 애로, 더 나아가 소비자 피해 문제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안보와 무관한 상황인데도 WTO 규정까지 위반하면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상대 국가로부터 보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위반을 근거로 중국을 제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USTR이 매년 발표하는 지식재산권 위반 국가에 중국이 늘 포함돼 있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보호무역조치 책임마저 중국에 돌릴 수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슈퍼 301조 위반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 500억달러에 대한 25% 추가 관세 무역제재 품목 리스트를 발표했다. 중국을 경악하게 한 것은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중국제조 2025’ 품목이 주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중국에 초점을 맞춘 슈퍼 301조 적용은 그러나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일본 등 미국 일방주의에 취약한 국가에 주로 적용됐지만 현재의 중국은 1980년대의 일본이 아니다. 당시 일본은 되도록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금 중국은 맞대응 보복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 상대국인 G2 간 통상마찰은 한국 기업에 직격탄이 되는 만큼 피해 최소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국산 상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중국 비중을 줄이고 제3국 수출 시장을 서둘러 물색해야 한다. 지식재산권 위반 가능성을 점검해 슈퍼 301조의 칼날이 우리 상품으로 향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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