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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칼럼소개 (정인교 교수-한·미 통상마찰 해결 안보와 연계를, 세계일보)
국제통상학회
2018-02-22 00:29:32
對美 수출 FTA 발효 전보다 못할 수도/안보 당국 협력 강화, 통상관계 개선 도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정책을 주도하는 연방 상하원 의원을 백악관에 초청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맹렬히 비난했다. 심지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를 반기며 뜬금없이 미국 디트로이트로 공장을 옮길 것이라면서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효력을 내고 있는 것으로 자화자찬했다.

한·미 통상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악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무역수지 개선과 한·미 FTA 개정 의지를 밝히는 데 그쳤으나, 지난해 한·미 FTA 폐기론을 흘리더니 올해 들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FTA 회원국 지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국제통상학
오는 7월 1일 3년 만기의 무역촉진권한(TPA)이 종료되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고, 러시아 커넥션 의혹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통상분야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앞으로 불공정 무역조사(무역법 301조, 슈퍼 301조), 특허 침해 조사(관세법 337조), 환율조작국 지정(교역촉진법)에다가 최근에는 대응보복관세 등으로 우리나라를 압박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소 냉전체제가 한창이던 1962년 도입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공산주의 진영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 등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를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목적의 국방안보법이다. 자국 군수산업에 필요한 철강 수요의 몇배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면서 굳이 이 조항을 발동한 것은 안보는 핑계이고, 트럼프 눈밖에 난 수출국 손보기가 주 목적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으로부터 철강 수입은 미국 안보에 위해가 되지 않는다는 우리나라의 호소는 트럼프 행정부에 ‘쇠귀에 경 읽기’다.

미국 동맹국 중 우리나라만을 53% 철강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서운함이 적지 않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대미 수출 증가율 등으로 규제 대상국을 선정했다”고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일정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수출 1위국 캐나다는 물론, 독일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우리나라의 3배 수준인 일본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활용해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무역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크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자국 중심으로 마무리하려 할 것이다. 말 그대로 대미 수출전선은 한·미 FTA 발효 이전보다 못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에 가시밭길 한·미 통상관계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지도부가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는 전략하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한·미 통상관계를 살펴보면 안보와 통상을 동시에 풀어야 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WTO 무시전략을 쓰고 있고, 앞으로 한·미 FTA 폐기 카드를 내보여 백기투항을 요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중화학공업 국가로 발전한 이래 한·미 통상관계는 늘 불안했다.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 통상당국의 무리한 무역제재안을 순화시켜 그런대로 무난한 통상관계를 유지하는 데 미 국방안보라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셰일가스와 무기를 수입하고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줄인 것으로 우리나라 편을 들어 주길 기대하기 어렵다. 한·미 동맹관계가 굳건하다면 안보를 명분으로 한 232조 제재대상에서 우리나라를 포함시키지 않았을 것이고,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동맹이 아니다’와 ‘말만 동맹’이란 표현의 ‘so-called ally’라고까지 안 했을 것이다.

현재의 험난한 대미 통상관계를 산업통상자원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한·미동맹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통상관계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안보가 통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통상당국보다는 한·미 국방안보 당국 간의 신뢰 회복과 협력 강화가 오히려 통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국제통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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