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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이해관계자 타협을 넘어 혁신생태계 조성 힘써야 (숙명여대 강인수 교수)
국제통상학회
2019-03-22 16:33:49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어느 시대 부총리인가”라고 비판한 것이 화제다. 지난 2월 15일 홍 부총리가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중소기업중앙회 CEO혁신포럼에서 강연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을 맡았다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사임한 이력 때문에 이재웅 대표 발언이 더 이슈화된 측면도 있다. 

홍 부총리는 카풀 서비스와 원격진료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기존 이해관계자들이 반대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도입이 어렵다”면서 이해관계자 타협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재웅 대표는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해관계자 대타협이 우선이라는 홍 부총리 발언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가장 중요한 모빌리티 이용자가 빠지고 카카오와 택시 단체, 국회의원들이 모인 기구를 ‘사회적 대타협기구’라고 명명한 것부터 말이 안 된다. 이해관계자끼리 타협을 하는 것은 국민 편익보다는 공무원 편익만을 생각한 무책임한 정책 추진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비상식적’이라기보다는 ‘미래 비전이 부족한 현실 안주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모든 규제의 이면에는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규제의 기득권자가 사회적 약자인 경우도 적지 않다. ‘혁신’은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결국 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adaptability)’을 높여야 한다. 혁신은 동태적(dynamic)이다. 주어진 것을 효율적으로 나눠 먹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눠 먹을 총량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무인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트렌드를 거스를 수 있을까. 말로는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면서 행동은 1, 2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게 해서는 미래가 안 보인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거론한 ‘붉은 깃발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법은 1865년 영국에서 제정돼 약 30년간 시행된 대표적인 시대착오적 규제로 꼽힌다. 증기자동차 출현에 따라 마차업자 이익과 마부들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자동차 한 대당 운전사, 기관원, 기수 3명이 있어야 운행이 가능하게 했고 시속 3㎞ 정도로 도심 운행 속도를 제한했다. 이 법으로 자동차에 대한 소비 욕구가 크게 저해됐고, 가장 먼저 시작됐던 영국 자동차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독일과 미국에 자리를 내줬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예로 든 이 사례를 부총리가 몰랐을 리 없다. 문제는 해결 방식이다.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매우 강조할 만하다. 그러나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만을 놓고 이해관계자 간 타협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형식적인 구색 맞추기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회적 대타협은 필요하지만 개개인 관점에서 단기적 이익 극대화가 가장 합리적 선택인 상황에서는 바람직한 사회적 대타협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혁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은 이해관계자, 특히 미래지향적인 규제개혁에 따른 피해계층의 적응력을 키워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도록 설계돼야 한다. 미래 사회 변화의 방향이 국내 이해관계자 간 타협을 통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 정부는 미래 변화 방향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낙오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사회적 안전망의 큰 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8호 (2019.03.06~2019.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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